일본 패션 산업의 미래: AI가 이끄는 서플라이체인 변화와 살아남을 직무는?

일본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시대에는 일의 역할이 재편되며, 패션 산업에서도 ‘조정’ 역할은 사라지고 ‘설계’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한국 패션 산업이 AI 기술 도입을 고려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인력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AI 시대, 사라지는 ‘조정’ 역할과 남는 ‘설계’ 역할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지난 몇 년간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 자체의 소멸 여부가 아니라, 어떤 역할이 불필요해지고 어떤 역할이 살아남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은 ‘Fashion for Good’의 보고서입니다.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혁신 플랫폼인 Fashion for Good는 아디다스(adidas)와 케어링(Kering) 같은 기업들과 협력하여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기술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36년의 공급망을 그린 사고 실험이지만, 그 내용은 모두 2026년 현재 존재하는 기술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상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연장선상에 있는 구조 변화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AI가 재구축하는 패션 서플라이체인
패션 산업은 본질적으로 분리된 산업입니다. 원자재 생산, 원단 가공, 봉제, 물류, 소매, 리셀(Resale)과 같은 공정들은 지리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다른 시스템이나 의사결정 프로세스 하에 운영됩니다. 그 결과, 공급망 전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의사결정에 지연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는 과거 판매 실적이나 바이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불확실성이 높아 과잉 재고나 기회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2036년에는 이러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요 예측, 디자인, 생산, 물류, 판매, 심지어 재활용까지 하나의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되고, AI가 전체를 가로질러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패션 업계의 공급망은 ‘연계’가 아닌 ‘통합’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조정’ 업무의 본질과 AI의 대체 가능성
패션 업계에서 이러한 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조정’ 업무입니다. 조정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고도의 판단이 연속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머천다이저(Merchandiser)는 매장별 판매 및 재고 상황을 보며 상품을 재배치하고, 가격 인하나 추가 생산을 판단합니다. 생산 관리 담당자는 소재 입고 상황, 공장 가동률, 환율 등을 고려하여 생산 계획을 미세 조정합니다. 물류 담당자는 항만 혼잡, 통관, 운송 비용을 고려하여 최적의 운송 경로를 결정합니다.
분리된 정보를 연결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해답을 도출하는 행위
한편, 이들은 모두 일정한 규칙이나 패턴에 기반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조건에 따라 최적의 해답을 실시간으로 도출하는 AI와 상성이 높습니다. 즉, AI가 대체하는 것은 사람이 정보를 집약하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정하며 최적의 판단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2026년부터 이미 시작된 변화의 조짐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2026년에 변화를 주도하는 AI 혁신’으로 각 공정별 구체적인 기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패션 공급망 내 AI 혁신 기술 (2026년 기준)
- 디자인: 생성 AI를 통한 트렌드 분석 및 디자인 제안 (SNS 이미지, 검색 데이터 분석)
- 생산: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공장/설비 가동 시뮬레이션 및 생산 최적화 (경험 → 데이터)
- 물류: AI 수요 예측 연동 재고 배치 최적화 (운송 시간/비용 절감)
- 리셀/재활용: AI를 통한 소재 식별 및 품질 평가 도입 (순환형 공급망 현실화)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통합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움직이는 인프라로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패션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는 변화
이러한 구조 변화는 패션 업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SaaS(Software as a Service) 도입 현장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업이 이용하는 SaaS는 평균 125가지에 달하며, 그 선정에는 많은 조정 업무가 수반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툴 비교나 견적 작성과 같은 프로세스가 AI에 의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패션 업계와 마찬가지로, SaaS 도입 현장에서도 ‘비교하여 선택하는’ 조정 업무의 가치가 저하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DX(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서도 AI는 최적의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전제 조건은 인간이 정의해야 합니다. 어떤 KPI를 중시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답이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설계’ 능력의 중요성
그렇다면 누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까요? 특정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직종 내에서 역할이 재편될 것입니다. 패션 업계라면 머천다이저나 생산 관리의 역할은 축소되는 반면, 브랜드 전략이나 상품 기획의 중요성은 증가할 것입니다. SaaS 도입 현장이라면 단순히 선정 담당자가 아니라, 업무 설계를 담당하는 인재가 중심이 될 것입니다. 즉, 가치는 실행에서 설계로 이동합니다.
자신의 업무를 분해하고, 어디까지 규칙화할 수 있는지, 어디서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능력. 그리고 AI가 무엇을 최적화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모든 선택지를 제시하는 시대에 가치를 가지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AI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을 최적화해야 할지 평가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인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