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본의 패션 전문 분석 매체인 FASHIONSNAP의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2026년 가을·겨울 남성 패션 흐름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 패션 기업들은 일본 시장의 시각으로 분석된 글로벌 런웨이 리포트를 통해 차기 시즌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전략의 핵심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및 디테일: 품격과 파격의 공존
2026년 가을·겨울 남성복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사색과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지표로서 작용하며, 특히 다섯 가지 핵심 아이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인 ‘케이프’는 드리스 ヴァン 노ッテン(DRIES VAN NOTEN), 디올(Dior), 프라다(PRADA) 등 주요 브랜드에서 대거 등장했습니다. 고전적인 귀족의 정장이나 군복에서 유래한 케이프는 트렌치코트나 재킷 위에 겹쳐 입는 레이어드 방식으로 제안되며 품격과 강인함을 드러냈습니다.
전통적인 ‘더플코트’의 귀환도 눈에 띕니다. 오라리(AURALEE)는 선명한 블루 컬러로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고, 사카이(sacai)는 테일러드 재킷에 토글 버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미학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밀리터리의 상징인 ‘카고 팬츠’는 아미 파리스(AMI PARIS)와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에 의해 우아하고 세련된 도시적 리포트 스타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디테일 측면에서는 칼라와 소매 배색이 특징인 ‘클레릭 셔츠’가 꼼데가르송 셔츠(COMME des GARÇONS SHIRT)와 준지(JUUN.J) 등을 통해 제안되었습니다. 발 아래에서는 90년대 일본 여고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루즈삭스’가 남성 스타일의 변주 아이템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르메르(LEMAIRE)는 톤온톤 스타일을, 아미 파리스는 강렬한 레드 컬러 루즈삭스를 포인트로 사용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마테리얼: 촉감으로 전하는 안도감과 역사성
소재는 의복의 골격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착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요소입니다. 이번 시즌 가장 상징적인 소재는 ‘골이 굵은 코듀로이(Wide-wale Corduroy)’입니다. 소우시오오츠키(SOSHIOTSUKI), 메종 미하라 야스히로(Maison MIHARA YASUHIRO),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등이 과거 ‘왕의 천’이라 불렸던 이 소재를 활용하여 묵직하고 존재감 있는 룩을 완성했습니다.
전통적인 ‘헤링본’ 패턴 역시 클래식부터 아방가르드까지 폭넓게 채택되었습니다. 준야 와타나베 맨(JUNYA WATANABE MAN)과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COMME des GARÇONS HOMME PLUS) 등은 헤링본의 보편적 매력을 현대적인 실루엣과 교차시켜 새로운 리얼리즘을 그려냈습니다.
천연 가죽 소재인 ‘레더’의 활용도 두드러졌습니다. 최근 가죽 산업의 환경 부하 저감 노력과 LWG 인증 등에 힘입어 레더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추세입니다. 다블렛(doublet)과 오라리는 기존의 어두운 톤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의 레더 아이템을 선보이며 소재의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컬러 팔레트: 사회적 공기를 투영하는 시각 언어
2026 AW 남성복 컬러는 ‘블랙×버건디’와 ‘네이비×옐로우’의 대비가 핵심입니다. 에곤랩(EGONlab.)과 생로랑(SAINT LAURENT)은 우아하면서도 퇴폐적인 무드를 내포한 블랙과 버건디의 조합으로 클래식 회귀와 아방가르드 정신을 동시에 표현했습니다. 아임 멘(IM MEN)은 네이비에서 옐로우로 이어지는 선명한 그라데이션을 통해 보색 관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단색으로는 그린, 브라운, 퍼플이 주요 컬러로 등극했습니다. 그린은 오라리의 캐시미어 니트부터 소우시오오츠키의 코듀로이 셋업까지 다양하게 변주되었으며, 타크(TAAKK)와 셋츄(SETCHU)가 제안한 브라운은 대지의 에너지를 표현하듯 중후한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White Mountaineering)이 강조한 퍼플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가을·겨울 의상에 신비로운 화려함을 불어넣었습니다.
불확실한 세계 정세 속에서 2026 AW 남성 패션은 보수적인 견고함과 개성 있는 고양감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국내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를 반영하여 현대 도시 생활에 적합한 ‘뉴 클래식’을 제안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