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생산·공급망

쓰레기 산이 보물 창고로? 인도의 인디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리매뉴팩처링’ 패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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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패션 산업, 텍스타일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는 업사이클링 혁신 가속화

인도 패션계에서는 버려지는 텍스타일 폐기물을 새로운 원단과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인디 디자이너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폐기물을 자원으로 재해석하는 인도의 사례는 비슷한 자원 순환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패션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폐기물 매립지에서 찾은 새로운 원자재 공급원

뉴델리 동부의 가지푸르(Ghazipur) 매립지는 단순한 쓰레기 산이 아닌, 파이완드 스튜디오(Paiwand Studio)의 창립자 아시타 싱할(Ashita Singhal)에게 ‘기회의 산’이 되었습니다. 2018년 설립된 이 스튜디오는 프리컨슈머(pre-consumer) 섬유 조각과 산업 폐기물을 수거하여 의류 및 홈 퍼니싱용 원단으로 재구성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파이완드는 단순히 조각보 형태의 의류를 만드는 것을 넘어, 패션 공급망에 다시 진입할 수 있는 연속적인 원단(running fabrics)을 생산하는 데 집중합니다. 현재까지 4만 kg 이상의 섬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했으며, 인도의 연간 섬유 폐기물 발생량인 780만 톤에 대응하여 단순한 패션 라벨이 아닌 산업 전반의 순환 소재 서비스 제공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업사이클링의 고정관념을 깨는 디자인 전략

두들라지(Doodlage)의 크리티 툴라(Kriti Tula)는 2012년부터 업사이클링 의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왔습니다. 브랜드 생산량의 90%를 생산 공정 중 발생하는 자투리, 결함 있는 원부자재, 시즌 종료 후 남은 원단 등으로 제작하며, 업사이클링 제품 특유의 복잡한 패치워크 느낌을 지우고 세련된 ‘엘리베이티드 베이직(elevated basics)’ 스타일을 구현했습니다.

릿윅 칸나(Ritwik Khanna)가 설립한 알카이브시티(Rkivecity)는 인도를 글로벌 ‘리매뉴팩처링(remanufacturing)’ 허브로 포지셔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서구권의 빈티지 의류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유입되어 폐기되는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미 존재하는 의류를 현지에서 해체, 수선, 재구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소규모 공예에서 체계적인 산업 시스템으로의 진화

인도 패션계의 업사이클링은 이제 소수의 실험적 시도를 넘어 구조적인 접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알카이브시티는 원료의 섬유 구성, 색상, 상태 등에 따른 등급 분류 시스템을 개발하여 1만 점 이상의 재고를 관리함으로써 리매뉴팩처링의 상업적 확장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열정 프로젝트를 넘어 실제 산업으로 기능하게 합니다.

디자이너 아밋 아가르왈(Amit Aggarwal)은 쿠튀르 개발 과정에서 남은 원단과 전통 바나라시 사리(Banarasi saris) 소재를 활용하여 기성복 라인인 AM.IT를 론칭했습니다. 그는 업사이클링이 절제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때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미래는 소재 개발 방식과 디자인 사고의 적용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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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인식 변화와 산업적 과제

과거에는 폐기물로 만든 옷이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프리미엄 세그먼트의 소비자들은 획일성보다는 개성과 진정성을 찾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원단을 만드는 데는 일반 원단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며, 수작업 분류와 천연 염색 등 공정의 가치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대의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품의 아름다움 때문에 구매를 결정합니다.

패션 레볼루션 인도(Fashion Revolution India)의 슈루티 싱(Shruti Singh)은 업사이클링이 디자인 기술을 넘어 규모 확장 가능한 폐기물 관리 경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도시 폐기물의 상당 부분이 섬유 폐기물인 만큼, 지자체 수준의 회수 시설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업사이클링을 주류 산업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인도의 디자이너들은 폐기물을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새로운 자원으로 재정의함으로써 디자인 프로세스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소재 혁신은 지속 가능한 패션의 미래가 이미 존재하는 자원의 현명한 재활용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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